지난번에도 언급했지만, 처음에는 이웃이 없었습니다. 한 달쯤 지나서 옆집에 중국인 아주머니와 딸이 이사왔습니다. 이사람들은 동북에서 왔다고 했는데 더 자세한 지역까지는 모르겠습니다. 결국에는 일종의 쉐어하우스를 하게 된것이었습니다. 아직 중국어가 서투른 저는 다급하게 유학생 동생을 불렀습니다. 한 아파트에서 살려면, 공과금을 같이 내야 했습니다. 그런 문제를 얘기하기에는 중국어 실력이 형편 없었습니다. 아는 사람이 없다면 쉐어하우스도 만만치 않다는것을 느꼈습니다.

이웃에 이사온 아주머니는 딸이 북경에 취업을 해서 방을 구해주고 당분간만 같이 있다가 곧 고향으로 간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이 말은 결국 거짓이었습니다. 제가 떠날때까지도 이 아주머니는 같이 살았고, 다음 학기에 제가 다시 북경을 갔을 때도 동네에서 마주쳤답니다.

이 아주머니는 지독한 구두쇠였습니다. 아파트에는 찬물과 더운물 요금이 각각 달랐고 충전을 해서 사용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아주머니는 자기네는 동북에서 와서 추위를 안 타기때문에 뜨거운물은 사용하지 않고 씻는다고 했습니다. 어차피 화장실은 따로 사용해서 상관이 없었습니다. 외부 화장실에는 더운물을 잠가버리면 그만이었습니다. 나중에 보니 딸은 집에 따뜻한물이 안나와서인지 밖에서 씻고 오고 있었습니다. 물같은 경우는 제가 사는 아파트는 충전식이었는데, 유학생동생은 수도요금은 충전이 아닌 한국같은 후불식이라고 했습니다. 아마 이건 아파트마다 다른가봅니다.

또 그집은 전기도 안 쓰기 때문에 형광등 정도밖에 안 쓴다고 했습니다. 냉장고는 거실에 한대가 있었는데 같이 써야 하니까 그부분 전기요금까지해서 한달에 10위안을 준다고 했습니다. 북경의 전기 방식은 미리 일정금액을 충전하고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충전한 금액을 다 쓰면 전기가 저절로 꺼집니다. 이분이 이사고오고 나서 제가 원래 쓰던것보다 조금만 더 충전했는데도 확확 닳았습니다. 이부분도 유학생 동생이 좀 싸우다시피해서 받아주었는데 결국 30위안인가 50위안 주는데 그쳤습니다. TV도 안 본다더니, 아주머니는 종일 집에 있는지라 하루종일 TV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느날 그집에 말할게 있어서 방문 노크를 했더니, 당황하면서 문을 열었는데 슬쩍보니 전기포트도 있고, 몇몇가지 가전제품들이 보였습니다. 그냥 짜증나는 사람이다 생각만 하고 참았습니다.

나중에 집에 도시가스도 떨어졌는데, 저는 거의 밥을 사먹었습니다. 중국은 식재료가 싸기 때문에 외식으로만 밥을 해결해도 식비가 그리 많이 나오는 편은 아닙니다. 물론 비싼 식당 가서 먹고 하면 많이 듭니다. 하지만 저는 입맛이 저렴하기도 했고, 양이 적어서 딴차오판 같은거 한 번 사오면 그날 종일 딴차오판으로 하루 식사를 해결합니다. 물론 사이에 간식 정도는 먹어줍니다. 북경쪽은 특히 양을 많이 줍니다. 딴차오판 1인분 양이 한국 김밥포장용기로 두개 정도 나오는 양입니다. 딴차오판은 계란볶음밥인데 한국돈으로 당시 2,000원 정도밖에 안했습니다. 물론 이렇게만 먹고 살면 영양실조 걸립니다. 매일을 그렇게 먹지는 않았습니다.


한국식당도 고급한식집 가는것이 아니라면 그다지 비싸지 않습니다. 학교 근처에는 한국식분식점 같은것이 있어서 자주 이용했는데 제가 자주 먹던 비빔밥만 해도 한국돈으로 5,000원도 안했습니다. 중국 향신료가 싫어서 저는 주로 한국식당을 이용했습니다. 학원에 중급반에는 한국인 여학생이 한명 더 있었는데 저를 신기해했습니다. 너무 맛있는게 많은데 왜 한국밥 사먹냐면서 그래서 살 안찌나보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학원과 집만 엘리베이터로 왔다갔다 하니, 움직이지를 않아서인지 살은 조금 쪘었습니다. 중국에 와서 맛있는 음식 많다면서 살찌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는 평소에도 가리는 음식이 많아서 이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이웃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어느날 도시가스가 떨어졌습니다. 저는 어쩌다 한번 라면 끓여먹느라 도시가스를 쓴적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전에 살던 사람이 이거면 충분할거라면서 준 가스카드를 쓰고 있었습니다. 북경은 도시가스도 충전식입니다. 그런데 도시가스가 떨어졌습니다. 사실 저는 도시가스가 떨어진줄도 몰랐는데 아주머니가 도시가스충전 문제로 찾아와서 알았습니다. 나는 가스도 안쓰는데 저보고 도시가스를 충전하랍니다. 그래서 나는 도시가스 안쓰니까 알아서 하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지고 있던 도시가스카드를 주었습니다. 아주머니가 매일 가스렌지 위에서 무슨 약 끓이는지 하루종일 뭐 올려놓고 도시가스 켜두더니 그래서 도시가스가 금방 다 떨어진것 같았습니다. 이때도 뭐라뭐라했는데, 어차피 저는 못알아들어서 그냥 넘어갔습니다. 아주머니 엄청 화나셨는데 어차피 저는 못알아들으니까 상관없습니다. 나중에 보니까 아주머니가 충전하고서는 저를 찾아왔습니다. 아마 그때 일단 자기가 충전할테니 저한테 나중에 돈을 달라고 할 작정이었나봅니다. 전 안쓸거니까 알아서 하라고 하는데 아주머니가 매일 저를 집요하게 찾아와서 귀찮아서 그냥 10위안 던져줬습니다. 이때 정말 중국의 동북사람들에 대해 안좋은 감정이 생겼습니다. 나중에 보니 동북인들이 전부 이런게 아닌데, 이아주머니가 아주 시골에서 온것 같았습니다. 나중에 제가 만난 동북의 중국인들은 괜찮은 사람들이라 동북인에 대한 편견은 깼답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도 저는 어차피 이웃아주머니도 세입자였기 때문에 짜증은 났지만 그냥저냥 참고 살만은 했습니다. 학원에 있는 한국인 여학생과 쉬는 시간에 수다 떨면서 이웃에 짜증나는 중국인 아주머니가 이사왔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정도면 양반이라고 했습니다. 그 여학생은 주인집과 함께 쉐어하우스를 했는데, 주인아주머니가 얼마나 인색한지 세수한 물은 반드시 변기에 버리라고 했답니다. 그리고 방에 들어와서 이것저것 전기용품 다 체크하고 월간 전기요금 책정까지 다 했다고 합니다.


차라리 대학교부설연수원에 들어가면, 이런 고충은 좀 덜할텐데 말입니다. 대신 대학교부설 연수원으로 어학연수를 간 경우, 2인실을 사용할 경우 룸메이트를 잘 만나야 합니다. 우리반에 있던 남학생은 어떻게 대학교 기숙사에 들어갔는지 모르겠는데 대학교 기숙사 사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무슨스탄에서 온 학생이었는데, 룸메이트가 프랑스인인데 자꾸 밤마다 여자친구 데리고 와서 자기는 나가 있으라고 해서, 갈데도 없어서 로비 같은곳에 새벽까지 잠도 못자고 있다가 여자친구 가면 들어가곤 했답니다. 서양 사람들 중에도 저렇게 매너가 없는 사람도 있다는걸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기숙사를 들어가든 하우스쉐어를 하든 이웃이나 룸메이트는 정말 중요한 문제인것 같습니다. 학교로 가게되면 외국인은 중국인과 한방을 쓰게되지는 못해서 중국인의 생활을 가까이서 볼 수 없는 단점은 있을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학교라면 대부분 중국인용 기숙사와 외국인용 기숙사가 따로 있습니다. 물론 시설은 외국인용 기숙사가 더 좋습니다. 중국인용 기숙사는 11시쯤되면 전기도 다 끊어버린다고 합니다. 외국인 기숙사는 그런것은 따로 없습니다.

만약 대학교부설 어학연수원으로 가게 된다면 그래도 한국인보다는 외국인 친구가 나을것 같습니다. 한국어가 사무치게 그리울 수는 있어도, 한국말은 한국에서 평생 하면서 살 수 있습니다. 설사 룸메이트가 중국어를 잘 못해도 중국에서는 중국어가 공용어니까 서로 중국어로 얘기 한번이라도 더해보는게 낫습니다. 그리고 그래야 중국어로 어떻게 말해야할까 고민하면서 중국어 공부하는 시간이 저절로 늘어나게 됩니다.


중국 아파트는 서양식으로 기본적인 가구들은 갖춰져 있습니다. 그래서 따로 살림살이 살것은 많지 않습니다. 침대와 옷장, 가스렌지, 냉장고, 세탁기, TV 정도는 갖춰져 있습니다. 책상은 갖춰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은것 같습니다. 냉장고는 중국인들은 작은걸 쓰는 경우가 많은것 같습니다. 저는 다음 학기에 다시 북경에 가서 생활했는데, 이때 그냥 작은 중고 냉장고를 하나 사서 방에 따로 뒀습니다. 이웃들에게 김치냄새 같은거 불편 끼치고 싶지 않았기도 하고, 밤에 냉장고에 들락날락하기 미안했던 이유도 있습니다. 돈이 많다면 원룸도 좋습니다. 다만, 북경 집값은 무시할 수 없으므로 원룸은 많이 비싼편입니다. 기숙사에 들어가지 않는 분들이라면, 하우스쉐어도 중국인을 겪어볼겸 해서 괜찮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다음 학기에 다시 북경으로 가게됐을 때의 이웃은 처음 만난 동북인보다는 훨씬 상식이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니 이글만 보고 하우스쉐어에 대해 미리 겁먹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저의 북경 어학연수중의 중국인과 생활하기 이야기를 마치고 다음에는 다른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