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 학원을 다니면서, 병음을 배우면서, 중국어의 매력에 빠졌다. 그래서 인강도 듣고, 어학연수 결심을 하게 되었다.

우선 지역은 북경과 하얼빈을 염두에 두었다. 두 지역이 표준어를 쓴다기에 그렇게 정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중국은 표준어라는 개념은 따로 없고, 북경과 동북 지역에서 쓰는 언어를 보통화라고 한다는것을 알았다.

북경 역시 방언이라고 보면 된다.


북경이나 하얼빈 쪽의 장점은 어학연수 기관 내에서 뿐 아니라, 밖에서도 보통화를 쓰는 사람들을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이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다른 지역으로 가게 되더라도 어학연수원의 경우, 선생님들은 대부분 보통화 시험을 보고 합격한 사람이라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학교나 학원 밖으로 나갔을 때 지방의 경우, 심한 사투리만 겪다가 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중국 어학연수의 경우, 지역 선정에 주의해야 한다. 연수를 갈 경우, 일간 수업 시간은 그리 많지 않고, 학교 밖에서 언어를 배우는 시간이 더 많다고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역 선정은 중요하다.

단, 대도시의 경우 놀 곳이 많아서 놀다가 오기만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점은 유의해야 한다. 그리고 북경은 역시 한국인이 많기 때문에 자칫하면, 중국어는 한국에서 학원 다니는것 처럼, 학원 가서만 잠깐 사용하고, 이후 한국말만 하다 오는 경우도 많으므로 주의해야한다. 실제로 이런 경우도 많이 봤다. 심지어는 학교 안에서 수업 시간은 대충 보내고, 나머지 시간 외국 학생들과 영어만 연습하다 오는 학생들도 봤다. 특히 교환학생으로 가는 경우, 이런 학생들이 있었는데 이럴 거면 영어권으로 교환학생을 가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지역을 대충 정했지만, 알아보니 이미 대부분의 대학교 부설 어학연수원들은 학생 모집이 끝난 터였다. 내가 너무 급작스럽게 정한 탓이 컸다. 하지만, 나는 다행히 북경에 아는 아이들이 있었기에 부탁을 해서 알아봐달라고 했다.

학교와 학원이 가능한데, 학교 보다는 학원이 비용이 훨씬 적게 들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학원을 알아봐주었고 학원으로 결정하게 되었는데, 이는 나중에 아주 잘한 선택이 되었다. 어차피 나는 부모님 돈이 아닌, 내 돈으로 가야했기에 비용 문제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학원으로 결정을 하게 되기도 하였고, 학교에는 아마 한국인이 많을거라는 조언도 있었다.

북경 어언대학교는 어학연수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막상 가보면 한국 학원에 간거나 다름 없다는걸 느낄 정도로 한국인이 많다. 좀 유명하다 싶은 대학교가 아니더라도 북경에는 한국인이 많으므로 지역이나 학교/학원 선정 시에 유의해야 한다.


학교의 장점은 학교에 따라 다르지만, 출결 관리를 엄격하게 하는 학교도 있고 아닌 학교도 있는데, 학원의 경우 어학연수생에게 대부분 출결관리를 엄격하게 하지는 않는 편이므로 스스로 자기를 잘 관리할 자신이 있어야 한다.

학교도 학교에 따라 다른데, 자기 스스로 관리가 힘들겠다 예상된다면, 출결관리가 엄격한 학교로 정하도록 해야 한다.

학원의 경우,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은 출결관리를 엄격하게 하는 곳도 있지만, 중국인이 운영하는 곳이 가격도 더 저렴하다. 물론 이건 북경이라고 하더라도 북경의 어느 동네에 위치하냐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나는 북경의 좀 외곽지역인 북경제2외국어대와 전매대학교 근처에 있는 어학원을 다녔었기에 가격은 저렴한 편이었다.

한 학기 비용이 100만원도 안 했었다. 그리고, 학원으로 가기에 기숙사를 이용할 수 없었기에 월세도 무시할 수 없었는데, 외곽인 편이라 그나마 북경 시내 중심가보다는 가격이 쌌었다.

그래도 북경 월세는 비싼 편이라 하얼빈 같은 곳에 비하면 기타 생활물가와 월세는 비싼것을 감안해야 한다.


학원에서 어학연수용 비자를 따로 처리해주기 때문에 1개월 짜리 비자로 와도 된다고 했는데, 이런 저런 비용 감안하고 하니 그냥 비싼것 같아서 나는 90일짜리 관광 비자를 끊었다. 한 학기가 90일이 넘었지만 내가 출발할 날짜가 이미 학기 시작 후이기도 했고, 그냥 90일만 채워서 다녀올 요량이었다. 3달 좀 넘게 있자니, 비자비용도 그렇고, 건강진단도 따로 받는것도 귀찮기도 했고 또 월세 문제가 좀 복잡했다. 보통 1년 단위로 계약을 하는데, 운좋게 3개월 계약을 했는데 3개월 반은 안되고 4개월로 하려고 해도 중간에 가야되는데 월세도 아까웠다. 그냥 90일 안에 최대한 많이 하고 와야겠다고 생각하고, 나는 90일 관광비자를 끊어서 갔다.




집은 아파트에 살았고 월세는 한화로 월 40만원 정도였다. 아파트에 방이 3개가 있고, 주인은 같이 살지 않았고 모두 세 들어 사는 사람들이었는데, 내가 계약한 방은 방에 화장실이 딸려 있어서 좋았다.

이웃은 한국인 유학생 한명 있었는데 여자친구와 함께 살고 있어서 집에 아예 들어오질 않아서 얼굴 한 번 본적이 없었고, 다른 방 하나는 처음에는 비어 있었고 나중에 중국인이 들어오긴 했었다.

이 아파트의 장점은 내가 등록하게 될 학원과 같은 건물에 있다는거였다. 매일 엘리베이터만 타고 학원을 왔다갔다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단점은 밖에 너무 안 나가게 되더라는 단점이 있었다.


어학연수 가기 전에 90일 가는거면서 나의 꿈은 나름 원대했다.

준비하기 과정에서 한국에서 엄청나게 많은 책들을 구매해서 갔는데, 되려 짐만 되었다.

문법책도 사고, 회화책도 한 권 사고, HSK 4급 정도는 따와야지 하는 생각에 기본서와 실전모의고사도 따로 3권 정도 사갔는데 한 권도 제대로 본 책이 없었다.

막상 가게 되면, 학원 진도도 따라가야 하고, 가끔 외출도 해야 하고 해서 한국책을 볼 시간이 별로 없다.

나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한학기 가는 거라면, 책은 한 두권 정도만 챙겨 가도록 하는것이 좋다.


그리고 혹시 학원이나 학교를 가게 되서, 수업을 선택할 수 있다면 가급적 회화를 많이 할 수 있는 반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문법은 어차피 문법 용어도 중국어로 잘 모르는 상태라면 굳이 필요 없다.

한국이 영어나 중국어나 문법은 참 잘 가르친다.

독해도 한국에서 배우는게 훨씬 이해도 빠르다.

한국에서는 학원 외에는 기회가 많지 않으니, 가급적 회화 위주의 수업을 듣고, 방과 후에도 중국인 친구를 만들어서 중국인 친구와 수다를 떨면서 회화실력을 키우는 것이 좋다.

그리고 회화 공부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문법적인 부분도 배우게 되므로 너무 조급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어학연수를 가게 되는 시기가 나처럼 병음만 배우고 바로 가는 경우는 좀 드믈고, 한국에서 어느 정도 중급 수준 정도는 마치고 가는 편이 더 많은데 이는 장단점이 있다.

병음만 바로 배우고 간 경우는, 사람 따라 다르지만 고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개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병음만 배우고, 학교 어학연수를 간 학생을 만났는데 선생님이 하는 말조차 반도 못 알아 들어서 너무 힘들고, 한국인이 너무 많은데 자기와 다 비슷한 상황이라고 힘들어했다.

다행히, 나는 늦은 나이에 혼자 가는거라 의지도 있었고 해서 빠르게 적응한 편이었는데, 초반에는 아는 문장이라고는 내 이름 말하기와 한국인이다. 몇 살이다 정도까지밖에 못하는 수준이라 힘들었지만, 실력은 빠르게 늘었다.

사람 따라 다르지만, 차라리 아무것도 없는 백지상태에서 엄청나게 빠른 어학 실력 상승이 따라 오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초반에 가서 장점은 중국어의 정확한 발음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나는 중국인들에게 너 중국어 아주 표준적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쭉 한국에서 공부하고 온 경우, 발음이 좋지 않은 채로 굳어져서 온 사람들도 많은데, 중급 이상반에서는 발음 한 명씩 교정해주는 선생님은 거의 없기 때문에 이점은 확실히 장점이라 할 수 있다.

한국에서 중급 이상 정도를 하고, 어학연수를 가게 되면 자기가 할 수 있는 말도 많고, 어느 정도 공부요령도 알고 있기 때문에 실력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종합적으로 일반적인 경우라면, 가급적 선생님의 설명 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는 하고 어학연수를 가는 것이 조금 더 효과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누구나 하는 말이지만, 가면 무조건 말 늘겠지라는 생각이라면 오산이다. 자기가 노력하지 않으면 말은 늘지 않는다.

성격이 아주 활달해서 중국인 친구를 빨리 사귀고, 매일 중국인 친구와 만나서 수다 떨고 할 수 있다면 정말 가기만 하면 어학 실력은 늘어난다.

그냥 학교만 왔다 갔다 하면, 한국에서 차라리 학원 수업을 여러 개 끊어서 다니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앞에서 말한 여러 가지 점들을 잘 고려해서, 학원으로 갈지 학교어학연수원으로 갈지 정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나의 성격이나 의지를 스스로 잘 생각해보고 어학연수 시기를 정하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