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북경 어학연수 세번째 이야기를 해보겠다. 이번 이야기는 중국에서 공부하기 편이다.

혼자서는 등록할 수도 없는 언어 실력이었기 때문에, 유학생과 함께 학원에 찾아갔다.

그 학원은 1교시당 1시간 30분 수업이었는데, 초급반의 경우 1교시는 회화, 2교시는 독해라고 했다.

중급반은 1교시가 독해였고, 2교시가 회화였는데, 같이 찾아간 유학생 친구가 1교시는 초급반, 2교시는 중급반을 해서 두 시간 모두 회화반 수업을 들을 것을 권했다.

기초반 수업만 하면, 한국보다 진도를 느리게 나가서 어학연수 온 효과를 보기가 어렵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리고 두 시간 모두 회화 연습을 하다 가는게 더 효율적이라고도 해줬다.

상담해주시던 선생님이 중급반 따라가기 힘들것 같다고 했는데, 같이 간 아이가 똑똑한 사람이라 잘할거라고 하면서 일단 들어보고 힘들면 바꾸겠다고 했다.

2교시가 마치면 정규 수업은 끝나고 점심 식사 후 1시반부터는 2시간의 HSK 수업이 있었는데 학원을 1개월이 아닌 학기로 끊은 사람은 무료로 참여가 가능한 구조였다.


1교시 초급 회화반 수업을 들어갔더니, 자기 국적소개 같은 아주 쉬운 부분을 하고 있었다.

수업이 시작하자마자 5개의 단어시험을 봤는데, 병음 배울 때 배웠던 단어들이 4개가 있길래 썼더니, 선생님이 새로 온 학생이 단어 시험을 꽤 괜찮게 봐서 놀라셨다.

초급 회화반의 학생들은 국적이 다양했다. 한국 학생들은 나같은 초급의 경우에는 대부분 대학교 부설 어학원으로 가기 때문에 학원에는 없었던것 같다. 미국, 프랑스, 무슨 스탄, 러시아 등 국적이 다양해서 수업 시간에 한국말을 단 한마디도 할 수 없는 장점이 있었다.

2교시 수업은 이미 몇 과 진도를 나간 상태였는데, 선생님의 칠판 글씨는 따라 그리는 수준이었다.

그냥 독해 공부 및 선생님 말하는거 들으면서 듣기 수업한다 생각하며 시간을 보냈다.

선생님 말은 대충 행동을 보면서 눈치껏 따라갔다. 절반이나 알아들었나 싶다. 듣기 공부 하는 시간이라 생각했다.


집에 돌아와서 2교시 중급회화 책을 펴봤는데, 1인칭, 2인칭, 3인칭 대명사와 是 정도밖에 아는 단어가 없어서 절망했다.

뭐 이렇게 문장마다 就가 있는건지 사전을 찾아보고, 저 글자를 처음 알았다.

책에 있는 모든 단어에 연필로 병음을 달고, 그다음 중요한 단어는 펜으로 병음을 달았다.

학원에서 준 책에는 CD도 달려있지 않아서 듣고 연습하기는 불가능했다.

그래서 그냥 혼자서 읽기 연습을 했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가 지나니까 선생님의 설명도 반 이상은 알아들었다.

이때 중요한게 예습으로 단어 공부 정도는 미리 다 해갔다. 선생님 설명 못 알아들을걸 감안해서 미리 공부해간 것이다.

어학연수 가서도 본인의 노력이 있어야 실력이 늘 수 있다는걸 느꼈다.

2주쯤 지나자 여전히 수업 시간에 사전을 많이 찾아보기는 했지만, 수업이 적당히 편해는 졌다.

그리고 이 선생님은 매 단원이 끝나면 단어 테스트를 했었는데, 단어는 해당 단원에서 해당된 단어를, 하지만 문장은 교재에는 나오지 않았던 쉬운 문장을 만들어서 받아쓰기를 봤다.

나는 모르는 단어가 많았던지라, 문장 안에서 그 단원에서 배운 단어는 쓰고, 되려 문장 내의 다른 쉬운 단어는 되려 못 쓰는 슬픈 상황도 많았다.

그래서 채점하고 난 것을 돌려주었을 때는, 모르는 단어는 다시 집에 가서 외워뒀다.

이 때 외워둔 단어들이 대부분 HSK4급 단어들이었다.


그리고 그쯤에 중국인 친구를 한명 소개 받았다. 일종의 과외라고 해야겠다.

착한 유학생 친구가 그 친구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주고, 그 중국인 아이는 나에게 중국어를 가르쳐 주는 언어교환친구였다.

그 아이가 발음 교정도 해주고, 2교시 수업 숙제도 많이 도와주었다.

그리고 중급회화 수업 내용 중, 복습하면서 이해가 안가는 부분도 이 친구를 통해 해결했다.

나중에는 이 친구도 시험기간이 되고 하면서 공부는 같이 하기 좀 힘들어져서, 자주는 아니었지만 같이 카페도 가고 밥도 먹으면서 중국어 회화 연습을 했다.

내 짧은 회화 실력 때문에 때로는 긴 침묵의 시간이 이어질 때도 있었다.

중국인 친구를 만날 때는 화제거리를 준비해서 만나는게 좋다. 그래야 대화도 끊어지지 않고 공부도 된다.

그때 이걸 실행하지 못한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초급과 중급을 같이 공부하다 보니 초급반은 어느 정도 등한시 하게 되었는데, 초급반의 장점은 외국인들이 많다 보니 free talking 시간이 많았다는 것이다. 중급반은 사실 우리가 말을 할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다.

나도 수준이 어려워서 어차피 듣기 및 독해 수업처럼 이용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초급회화반의 경우, 서구권 학생들이 많아서인지 수업 진도 나가다가 하고 싶은 말들을 스스럼 없이 했다.

예를 들어, 오늘의 진도가 식당에 간 상황에 대한 내용이라면, 자기가 식당에 갔을 때 겪었던 일화 같은것을 선생님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한다.

물론 그들의 수준은 형편이 없다. 하지만 최대한 중국어로 말하려고 노력하고, 모르면 사전 찾아서 말하면서 문법에는 맞지도 않지만 하고 싶은 말을 했다.

처음에는 이런 분위기에 적응을 잘 못했지만, 나도 금방 익숙해져서 하고 싶은 말을 마구 했다.

결과적으로 이런 방식은 회화에 많은 도움이 되었던것 같다.

그때 선생님이 막 대학을 졸업한 선생님이라 이런 경우 제어도 못했던 것도 더 컸던것 같다.

덕분에 진도는 책 반권도 못 끝내고 한 학기가 끝났다고 한다.

나는 한 학기가 다끝나기 전에 한국으로 돌아와서 나중에 들은 얘기다.


중급회화반 수업도 어느 정도 따라갈만 해질때쯤, 오후에 HSK 수업에 참여했다.

처음에는 갑작스런 아침부터의 수업도 힘들었고, 중급회화반 수업 따라가기가 힘들어서 예습 복습 하느라 시간도 많이 걸렸어서 HSK 수업에 참여하지 않았었다.

HSK4급 수업에 들어갔는데, 그날은 문법편을 하고 있었다.

단어들이 나열되어 있는데, 이것들의 순서를 재배치 해서 올바른 문장으로 만드는걸 하고 있었는데, 문제를 풀 수가 없었다.

문법 지식이 짧은 탓도 있지만, 단어를 모르는게 가장 컸다.

내가 문제 풀고 있는걸 지켜보던 선생님이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한다가 맞냐, 공부를 한다 학교에 가서가 맞냐고 물어봤다.

그런 문장 순서는 나도 아는데, 여기 있는 단어들을 하나도 몰라서 문제를 못 풀겠다고 말하고 싶었으나 이런 문장도 말하지 못했다.

그래서 일단 HSK 수업은 듣지 않고, 집에서 가끔 기본서를 들여다봤다.

나중에 말하겠지만 나는 이때 HSK4급을 붙었다. 이 얘기는 나중에 HSK에 대해 글을 쓸 때 하도록 하겠다.


앞 글들만 보면, 매일 공부만 열심히 한것 같지만, 가끔 학원에 빠진 날도 있었다.

그리고 오후나 주말에는 한국 드라마 보면서 놀았던 날들도 꽤 많다.

하지만, 예습복습은 열심히 해갔다고 자부할 수 있다.

이건 여러분이 꼭 중국어가 아니라 다른 나라를 가서 다른 언어를 공부하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부디 여러분의 어학연수가 시간낭비 돈낭비가 되지 않고, 목표한 바를 얻어오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